게시일: 2026-06-18
영화 《빅쇼트》로 잘 알려진 마이클 버리가 지난 5월 AI가 주도하는 잠재적 시장 거품에 대해 경고했을 때, 많은 투자자는 이를 곧 시장이 폭락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버리가 가장 우려한 부분은 즉각적인 폭락 가능성보다, AI 관련 거래가 새로운 경제지표와 뉴스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지나치게 지배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1999~2000년 닷컴버블 시기와의 비교가 자주 등장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인터넷은 분명 실제 기술 혁신이었지만, 이를 둘러싼 투기적 거래는 지나치게 확대됐습니다. 버리는 현재 AI 시장의 움직임도 점차 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경고합니다.

미국 증시는 여전히 사상 최고치에 가까운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6월 8일 S&P 500 지수는 7,405.73에 마감했습니다. 이는 직전 주에 기록한 사상 최고 종가보다 3%도 낮지 않은 수준입니다.
최근 기술주와 반도체주의 변동성이 커졌음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은 여전히 AI와 반도체 기업에 집중돼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1990년대의 많은 닷컴기업과는 다릅니다. 엔비디아는 AI 시스템 구축에 필수적인 반도체라는 실제적이고 중요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 점은 현재 AI 주식 랠리가 기대감에 크게 의존했던 1990년대 후반 인터넷 버블보다 더 탄탄한 기반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시장은 여전히 취약합니다. 앞으로의 주가 상승은 AI 반도체 수요가 계속 강하게 유지된다는 전제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AI 랠리가 계속될 가능성은 있지만, 초기에 나타났던 폭발적인 상승 국면은 이미 끝났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반도체주가 계속 시장의 주도권을 유지해야 하며, 기업 실적도 현재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버블 경고는 자산가격이 얼마나 크게 올랐는지에 초점을 맞춥니다. 투자자들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있으며, 위험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우려입니다.
하지만 버리가 강조하는 더 중요한 문제는 투자자들이 모든 새로운 소식을 단 하나의 관점으로만 해석하고 있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소식이 AI 주식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고용지표가 강하면 경제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AI 랠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합니다. 반면 소비자신뢰지수 악화와 같은 부정적인 신호도 AI 반도체 수요나 AI 투자를 직접적으로 훼손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시장에서 무시될 수 있습니다.
AI 관련 종목이 계속 상승하면 상승장에서 소외되는 것을 두려워한 투자자들이 추가로 매수에 뛰어듭니다. 이러한 매수세는 주가를 더욱 끌어올리고, 낙관적인 투자자들의 확신도 강화합니다.
핵심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AI 관련 주식이 실제로 새로운 긍정적 정보를 반영해 오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AI와 관련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1999년과의 비교가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닷컴버블 붕괴 과정을 지금은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은 실제로 경제와 산업을 바꾼 기술이었지만, 당시 많은 인터넷 기업의 주가는 해당 기업의 실제 사업역량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상승했습니다.
AI 역시 경제를 크게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주가에는 이미 지나치게 많은 긍정적인 전망이 반영돼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도체 수요가 강하다는 사실만으로 이러한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시장과 1990년대 후반 닷컴 호황 사이에는 분명한 공통점도 있습니다. 반도체 기업과 대형 기술기업이 시장 전체의 핵심 투자 이야기를 이끌고 있으며, 상승장에서 빠져 있던 투자자들은 주가가 자신들을 남겨두고 계속 오르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주요 AI 및 반도체 기업은 단순한 투기적 스타트업이 아닙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수익을 내고 있는 확립된 기업이며, 대규모 고객 기반과 반도체, 클라우드 서비스, AI 인프라에서 발생하는 실제 매출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는 많은 닷컴기업이 매출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만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던 1999년과 크게 다른 점입니다. 현재의 주요 위험은 기업의 실체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밸류에이션에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현재 주가가 예상하는 시점보다 훨씬 늦게 실현될 수 있는 미래 성장에 대해 미리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폴 튜더 존스 역시 현재 상황이 1990년대 후반과 유사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현재 시장이 1999년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랠리가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버리가 위험의 현실성을 강조한다면, 존스는 실제 위험이 시장에 반영되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경고는 장기적으로 맞을 수 있지만, 정확한 시점을 알려주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도하게 상승한 시장이 예상보다 오랫동안 계속 오르는 이유도 이러한 타이밍 문제에 있습니다.
너무 일찍 대응하면 추가 상승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을 포기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으면 갑작스러운 시장 반전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시장이 정확히 언제 고점을 기록할지 추측하기보다, 랠리가 실제로 약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신호를 기다리는 것이 더 합리적인 전략입니다.
AI 랠리의 힘이 약해지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는 지표는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 번째 신호는 주식시장이 경제지표와 채권금리 변화에 다시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하는지입니다. 현재는 경제지표가 부진하거나 국채금리가 상승해도 투자자들이 AI 성장에 집중하면서 이를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종류의 뉴스가 주가를 실제로 끌어내리기 시작한다면, 투자자들이 AI 이외의 위험을 더 이상 무시하지 않으려 한다는 의미가 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신호는 반도체주가 시장의 주도권을 잃기 시작하는지입니다. 반도체는 AI 투자 테마의 중심에 있습니다. 버리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에 주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나스닥이나 S&P 500은 계속 상승하는데 반도체주가 시장보다 부진한 흐름을 보인다면, AI 랠리를 지탱하던 핵심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신호는 시장 폭입니다. 시장 폭은 얼마나 많은 종목이 주가 상승에 참여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건강한 상승장은 일반적으로 다양한 업종과 기업이 함께 오릅니다.
반대로 상승세가 소수의 AI 관련 종목에만 집중된다면,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시장이 더 취약할 수 있습니다. 6월 8일 기준 S&P 500 구성 종목 가운데 50일 이동평균선 위에서 거래된 종목은 약 53.5%에 불과했습니다.
MarketWatch는 팩트셋 자료를 인용해 S&P 500 지수가 상승했음에도 지수 구성 종목 가운데 300개 이상이 하락했다고 전했습니다. 시장 폭이 붕괴 수준으로 나쁜 것은 아니지만, 대표지수의 상승이 소수의 승자 종목에 얼마나 크게 의존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소수의 AI 관련 주식만 지수 상승을 이끌면 시장 전체가 실제보다 강해 보일 수 있습니다. 이들 주도 종목이 약세로 전환하면 나머지 시장이 지수를 충분히 지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네 번째 시험은 시장이 기업 실적과 자본지출 계획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입니다. 강한 상승장에서는 양호한 실적을 발표한 기업의 주가가 일반적으로 상승합니다.
하지만 시장이 지나치게 오른 상태에서는 좋은 실적조차 이미 주가에 반영된 소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이 원칙은 주요 클라우드 기업의 자본지출에도 적용됩니다. 데이터센터와 반도체에 대한 지출이 축소되거나 기업들이 투자 확대를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면, 투자자들은 AI 관련 주가에 반영된 성장 기대를 다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버리는 구체적인 시장 전환 시점을 제시하지 않았으며, 누구도 이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시장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면밀히 관찰하면 투자자에게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AI는 여전히 투자자들의 움직임을 주도하는 핵심 테마입니다. 단일 테마에 집중된 시장은 예상보다 오랜 기간 유지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시장이 실수를 감당할 수 있는 여유가 이전보다 줄어들었습니다.
과거에는 무시됐던 실망스러운 뉴스도 이제는 주가에 더 큰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지표들이 AI 랠리 약화의 초기 신호를 보여줄 가능성이 큽니다. 시장 전문가의 경고만을 근거로 보유 주식을 모두 매도하거나 포트폴리오를 급격히 변경하면 장기적으로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핵심 교훈은 시장이 반드시 하락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AI 관련 주식이 아무런 위험 없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