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일: 2026-06-29
G7(주요 7개국)의 희토류 리스크는 광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중국을 제외한 대안 공급국들이 전 세계 자석용 희토류 채굴의 약 40%를 담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종 단계인 영구자석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6%에 불과합니다. 즉, 희토류가 자석이 되기도 전에 희토류 공급망의 85%가 증발해 버리는 셈입니다.
이제 진정한 승부처는 분리, 정련, 합금화, 그리고 자석 제조 단계로 이동했습니다. 이 중간 고리를 연결하지 못한다면 G7이 공언한 '2030년 공급망 다변화 목표'는 실질적인 산업적 영향력을 갖추지 못한 채, 광산 채굴 단계의 공허한 외침으로 남을 것입니다.
대안 공급국들은 자석용 희토류 채굴의 약 40%를 차지하지만, 최종 영구자석 생산 비중은 6%에 불과합니다. 이는 채굴 이후 단계에서 85%의 희토류 공급망 이탈이 발생함을 의미합니다.
중국의 시장 점유율은 채굴 단계에서 60%, 분리·정련 단계에서 91%, 최종 영구자석 생산 단계에서는 무려 94%에 달합니다.
G7이 2026년 6월 17일에 발표한 목표에 따르면, 2030년까지 특정 단일 국가에 대한 희토류 및 영구자석 의존도를 60% 미만으로 낮추어야 합니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중국 외 지역의 자석 생산 능력을 현재의 6% 수준에서 파격적으로 끌어올려야 합니다.
앞으로 희토류 공급망 안보의 결정적 신호는 '신규 광산 승인 건수'가 아니라, '분리·정련, 합금화 및 자석 제조 설비의 확충 속도'가 될 것입니다.
희토류 정책을 논할 때 대개 광산 이야기부터 시작하곤 합니다. 광산의 위치, 매장량, 채굴 허가, 투자 뉴스 등은 눈에 잘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작 냉혹한 숫자는 공급망 후반부에 등장합니다. 광산에서 40%에 달했던 대안 공급국의 비중은 영구자석 완제품 단계에 이르면 고작 6%로 쪼그라듭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은 자석용 희토류 채굴의 60%, 분리 및 정련의 91%, 그리고 희토류 영구자석 생산의 94%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반면 비(非)중국 대안 공급국들의 비중은 채굴 40%, 정련 9.0%, 영구자석 생산은 단 6.0%에 그칩니다.
| 공급망 단계 | 대안 공급국(비중국) 점유율 | 시사하는 점 |
| 1단계: 채굴 | 약 40% | 초기 원 원자재 자원은 충분히 존재함 |
| 2단계: 정련 | 약 9% | 중간 가공 단계에서 공급망이 급격히 축소됨 |
| 3단계: 자석 완제품 | 약 6% | 최종 부품 단계에서 심각한 병목 현상 발생 |
여기서 '85% 공급망 이탈'이라는 수치는 초기 채굴 비중(40%)에서 최종 자석 비중(6%)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감소한 34%포인트의 낙폭을 의미합니다. 즉, 처음에 확보한 대안 원료 공급력의 85%를 가공 과정에서 잃어버리는 구조입니다.
물론 이 6%의 영역이 완전히 비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신에츠화학(Shin-Etsu Chemical), TDK, 프로테리얼(Proterial, 구 히타치금속) 등 오랜 기술력을 가진 일본 기업들이 포진해 있고, 유럽에는 VAC가 있으며, 미국에서는 MP 머티리얼즈(MP Materials)와 eVAC 등이 신규 역량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신에츠, TDK, 프로테리얼은 네오디뮴 등 희토류 자석 제품을 실질적으로 생산 중입니다. 독일, 슬로바키아, 핀란드에 공장을 둔 VAC는 서구권의 핵심 영구자석 제조사로 자리 잡고 있으며, MP 머티리얼즈는 미국 텍사스주 노스레이크에 대규모 영구자석 생산 캠퍼스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대안 제조업체가 없어서가 아니라, 이들의 생산 기반이 최종 부품 시장의 압도적인 독점 구조를 상쇄하기에는 너무나 작고, 파편화되어 있으며,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이 85%의 증발은 실제 원자재가 물리적으로 사라진다는 뜻이 아니라, 채굴한 광석을 최종 부품인 영구자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연속적인 산업 가공 능력'이 대안 희토류 공급망 내에 결여되어 있음을 뜻합니다.
희토류는 광산에서 갓 캐낸 원석 상태로는 전기차, 풍력 터미널, 로봇 공학, 산업용 모터, 방위 산업 시스템, 데이터센터 하드웨어를 구동할 수 없습니다. 희토류가 진정한 전략적 가치를 획득하는 것은 정련, 합금화, 그리고 자석 제조 단계를 거친 이후입니다.
영구자석은 크기는 작지만 엄청난 파급력을 가진 핵심 부품입니다. 이를 통해 모터는 더 가벼워지고, 강력해지며, 효율성이 극대화됩니다. IEA는 영구자석을 희토류의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이자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용도로 꼽고 있으며, 금액 기준으로 전 세계 희토류 소비의 약 95%를 차지합니다.
수요의 방향성 역시 명확합니다. 자석용 희토류 수요는 2015년 이후 이미 두 배로 증가했으며, 현재의 친환경·친디지털 정책 기조하에서는 2030년까지 추가로 3분의 1 이상 늘어날 전망입니다. 전기화(Electrification)가 1차 성장 동력이라면, 자동화, 로봇 공학, 디지털 인프라가 그 위에 또 다른 폭발적 수요층을 쌓아 올리고 있습니다. 광산 그 자체는 전기차를 움직이지 못합니다. 전기차를 움직이는 것은 자석입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 데이터 역시 미국의 이러한 구조적 모순을 잘 보여줍니다. 2025년 미국의 희토류 광산 생산량은 산화물 환산 기준 51,000톤에 달했으나, 정작 미국 내 희토류 화합물 및 금속의 겉보기 소비량은 27,000톤에 머물렀습니다.
광산 생산량이 소비량의 거의 1.9배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희토류 화합물과 금속의 대외 수입 의존도가 67%에 달했습니다. 병목은 땅속(매장량)에 있는 것이 아니라, 땅 위 2차 가공 단계에 있는 것입니다.
중국이 희토류 시장에서 가진 지배력은 단순히 지질학적인 매장량이 많아서가 아닙니다. 광산 점유율은 이야기의 서막일 뿐이며 대규모 가공 처리 능력, 야금 기술, 자석 제조 장비, 숙련된 노동력, 고객사 인증 노하우, 그리고 탄탄한 내수 수요가 합쳐져 완성된 요새입니다.
중국은 단순히 희토류를 채굴한 것이 아니라, 희토류를 완전히 '산업화'했습니다.
IEA의 정의에 따르면 희토류 공급망 사슬은 [채굴 및 선광 ➔ 화학적 업그레이드 ➔ 산화물 분리 ➔ 금속 정련 ➔ 합금화 ➔ 영구자석 제조]로 이어집니다. 분리 공정이 혼합 희토류 원료를 개별 산화물로 나누면, 정련된 산화물이 금속이 되고, 이 금속이 합금 분말이 되며, 최종적으로 합금 분말이 자석으로 구워집니다.
G7은 수십 년간 축적된 중국의 이 거대한 산업 생태계를 단기간에 복제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독자적인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것은 단순히 광산 문을 여는 것 이상을 의미합니다. 원석이 산화물, 금속, 합금을 거쳐 자석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규모의 경제를 잃지 않고 매끄럽게 흘러가도록 만드는 '산업적 연결 고리'를 통째로 재현해야 합니다.

G7 정상들이 2026년 6월 선언한 다변화 정책은 이제 타임라인의 압박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G7 정상들은 2030년까지 비(非)G7 및 파트너국 중 '특정 단일 공급국'에 대한 희토류 및 영구자석 의존도를 60% 미만으로 낮추고, 향후 이를 50%까지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 목표는 광산 공급만 늘린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현재 비중국 대안 공급국의 영구자석 생산 비중이 고작 6% 수준인데, 특정 국가의 지배력을 60% 미만으로 떨어뜨리려면 대안 공급국의 자석 생산 비중이 비약적으로 커져야 합니다.
글로벌 자석 시장 점유율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비중국계 자석 생산 능력이 전 세계 공급량의 최소 40%선까지 치고 올라와야 합니다. 이는 현재의 6% 점유율에서 무려 6.7배 이상 생산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 수치가 공식적인 G7의 가이드라인은 아닐지라도, 현재의 자석 생산 구조와 2030년 다변화 목표 사이에 존재하는 거대한 간극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새로운 광산을 발견했다는 보도자료만으로는 이 간극을 메울 수 없습니다.
게다가 의존도를 60% 밑으로 떨어뜨려 59%로 만든다고 해서 곧바로 건전한 경쟁 시장이 열리는 것도 아닙니다. 영구자석 공급의 59%를 쥐고 있는 단일 공급처는 여전히 글로벌 가격 책정권, 납기 조율, 산업적 공급 물량을 좌지우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60%라는 기준선은 다변화의 최종 종착지가 아니라,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1차 방어선'으로 읽어야 합니다.
다행히 G7도 더 이상 핵심 광물 문제를 단순한 '채굴권 확보' 수준으로 좁게 보지 않습니다. 2026년 6월 선언문에 따르면, 2026년 초 이후 발표된 프로젝트만 195개에 달하며 지분 참여 및 오프테이크(장기 구매 계약)를 포함해 핵심 광물 가공 사슬 전반에 총 640억 유로(약 90조 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되었습니다. G7 정상들은 희토류 및 영구자석의 산업 가공 능력을 공동 개발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언급했습니다.
자본은 이제 광산을 넘어 정련, 재활용, 비축, 추적성 관리, 구매 확약 구조 등 후방 산업) 전반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갖춰져야 비로소 희토류 공급망이 '단순히 존재하는 상태'를 넘어 '위기에 복원력을 가진 상태'가 됩니다.
광산은 하위 가공 체계가 갖춰지기 전이라도 먼저 개발을 선언할 수 있습니다. 반면 정련소, 금속 제련소, 합금 공장, 자석 제조 시설은 고도의 기술적 전문성, 안정적인 원료 공급처, 까다로운 환경 규제 통과, 고객사의 엄격한 품질 인증, 그리고 중국과 비빌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운영 비용이 필수적입니다. 즉, 실제 공장이 가동되기까지의 시간표는 보도자료의 화려한 문구보다 훨씬 가혹합니다.
이 타임라인의 괴리 때문에 2030년 목표 달성이 빠듯한 것입니다. G7이 정책적 틀을 짜고 자본 투입을 늘리고는 있지만, 공급망의 허리와 끝 부근(중·후단 가공 단계)에서의 이탈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이 단계들을 메우기 위해서는 단순히 투자 파이프라인 목록이 필요한 게 아니라, 실제로 매일 굴러가는 '공장 가동 능력'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는 상류 채굴 기지창만 잔뜩 키워놓고, 결국 이를 가공하기 위해 똑같은 독점적 다운스트림 채널(중국 가공망)로 원료를 다시 밀어 넣는 꼴이 되는 것입니다. 이 경우 G7은 공급망 시작점에서는 더 많은 돌덩이를 소유할지 몰라도, 공급망 최종장에서는 아무런 협상력(Leverage)을 얻지 못하게 됩니다.
Q. 비중국 국가들의 희토류 채굴량이 40%나 되는데, 왜 자석 생산량은 6%밖에 안 되나요?
A. 광산에서 캔 원석을 자석으로 만들려면 '분리, 정련, 금속화, 합금화'라는 복잡한 중간 가공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현재 전 세계 분리·정련의 91%를 중국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비중국 국가들이 땅에서 원석을 캐내더라도 결국 가공을 위해 중국 공장으로 보낼 수밖에 없는 구조적 병목 현상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Q. 희토류 영구자석이 왜 그렇게 전략적으로 중요한가요?
A. 전기차 모터, 풍력 발전기, 로봇, 방산 무기 체계, 데이터센터 장비 등의 성능과 효율을 결정짓는 핵심 부품이기 때문입니다. 금액 기준으로 전 세계 희토류 소비의 약 95%가 이 영구자석을 만드는 데 사용되므로, 자석 공급망을 쥐고 있는 국가가 미래 첨단 산업의 생사여탈권을 쥐게 됩니다.
Q. G7이 설정한 '2030년 특정국 의존도 60% 미만' 목표는 달성 가능할까요?
A. 대단히 도전적인 과제입니다. 현재 6%에 불과한 비중국계 자석 생산 능력을 2030년까지 최소 40% 수준으로, 즉 현재보다 6.7배 이상 늘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자본 투입은 늘고 있으나 실제 고도의 가공 공장을 짓고 안정적인 마진을 남기며 운영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이제 광산의 개수나 원석 채굴량은 희토류 공급망의 안보를 측정하는 진정한 척도가 될 수 없습니다. 진짜 중요한 지표는 채굴된 광석 중 얼마나 많은 양이 중국의 손을 타지 않고 분리 산화물, 정련 금속, 합금을 거쳐 최종 '영구자석 완제품' 단계까지 살아남느냐입니다.
채굴에서 자석으로 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85%의 공급망 증발은 G7이 마주한 숙제가 단순히 땅속의 광물을 '발견'하는 수준을 넘어섰음을 경고합니다. 대안은 시작점에만 존재할 뿐, 정작 부가가치가 폭발하는 최종 부품 단계에서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희토류 공급망 안보는 땅속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자원 안보의 전쟁은 원료가 자석 공장 출하문을 통과하는 그 순간 승패가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