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일: 2025-10-24 수정일: 2025-10-27
유동성은 시장의 생명줄입니다. 마치 강물을 흐르게 하는 보이지 않는 힘처럼, 매매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해줍니다. 그런데 이 흐름이 마르면 시장은 겉보기에는 고요하지만, 내부적으로는 패닉과 불확실성이 쌓이게 됩니다. 주문이 체결되지 않고, 가격은 갑자기 튀며, 변동성이 급격하게 증가합니다. 이것이 바로 시장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유동성 부족(illiquidity)의 현실입니다.
유동성 부족은 매수자나 매도자가 사라져 안정적인 가격으로 거래가 어렵거나 불가능해질 때 발생합니다. 이는 단지 소규모 혹은 생소한 시장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자산조차 공포나 불확실성 속에서 거래가 마비될 수 있습니다. 이 현상을 이해하려면, 유동성이 어떻게 형성되고, 어떻게 사라지며, 역사 속에서 트레이더들이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유동성 부족이란, 현재 시장 가격 근처에서 자산을 사고팔고자 하는 거래 참가자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매수자와 매도자가 적어 거래가 지연되거나, 거래 시 가격이 급격히 움직이게 되는 상황입니다.
유동성이 높은 시장은 매수·매도가 빠르게 이루어지고 가격 변동이 작습니다.
예: 외환 시장은 하루 거래량이 약 7.5조 달러(국제결제은행 2022년 기준)로 매우 유동적입니다.
반면, 유동성이 낮은 시장은 하루 몇 건밖에 거래되지 않는 소형주, 비인기 채권, 비활성 시간대의 원자재 등이 해당됩니다.
유동성 부족은 스프레드 확대, 슬리피지 증가, 체결 지연 등의 비용을 유발하며, 기술적 분석 신호를 왜곡시키고 트레이더를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유동성 부족은 단순한 가격 변동 이상으로 트레이더에게 리스크가 됩니다.
시장 방향이 맞더라도, 원활하게 진입하거나 청산할 수 없다면 손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뉴스 발표나 거래량이 적은 시간대에는 유동성 공급자가 사라지며,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급변할 수 있습니다.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체결 리스크(execution risk)입니다.
거래 상대방이 없어 포지션을 종료할 수 없고,
레버리지를 사용하는 경우 강제청산이나 마진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스톱로스 주문도 원치 않은 가격에서 체결될 수 있으며, 이는 예상보다 훨씬 큰 손실을 의미합니다.
특히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 시에는 스프레드가 5~10배 이상으로 확대되며, 전문가조차 대처가 어려운 상황이 발생합니다.
모기지 담보부 증권(MBS)의 가치가 급락하면서 아예 거래가 멈춰버린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은행들은 자산 가격을 평가하거나 매각할 수 없었고, 신뢰 상실로 전 금융 시스템이 동결되었습니다.
자산이 '무가치'해서가 아니라, 누구도 가격을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동성이 사라진 것입니다.
결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수조 달러를 투입하여 시장 신뢰를 복구해야 했습니다.
2020년 4월, WTI 원유 선물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37달러)를 기록했습니다.
팬데믹으로 수요가 붕괴되자, 물리적 인수도는 불가능했고 정상적인 매수자가 사라지면서 유동성이 증발했습니다.
매도자는 오히려 돈을 주고 계약을 떠넘겨야 했고, 이는 유동성 부족이 위기를 어떻게 증폭시키는지 보여준 대표적 사례입니다.
팬데믹 충격으로 채권 시장이 얼어붙었고, 우량 회사채조차 거래가 멈췄습니다.
대표 ETF인 LQD는 순자산가치(NAV) 대비 최대 5%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었습니다.
ETF는 실시간 거래되지만, 기초자산은 유동성이 낮아 가격 괴리가 발생했던 것입니다.
연준의 채권 매입 프로그램이 시행되면서 시장은 다시 안정되었습니다.
유동성은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사라질 수 있으며, 이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때 더욱 위험합니다.
| 원인 | 설명 |
|---|---|
| 시장 깊이 부족 | 호가가 얕아 소량 거래도 가격을 급변시킴 |
| 호가 스프레드 확대 | 시장 조성자가 주문을 철회하면 매수·매도 간격이 넓어짐 |
| 변동성 피드백 | 변동성 상승 → 주문 철회 → 유동성 악화 → 변동성 추가 상승 |
| 레버리지 압박 | 마진콜로 인한 자산 강제매도가 유동성 위기 심화 |
| 신뢰 붕괴 | 가격 정확성에 대한 불신으로 거래 자체를 기피 |
트레이더가 유동성 부족 사태 이전에 리스크를 인지하면 자본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주요 자산군의 호가 스프레드 갑작스런 확대
통상적으로 활발한 시간대에 거래량 감소
시장가 주문 시 예상보다 큰 가격 차이(슬리피지) 발생
주문 체결 지연 또는 일부만 체결
VIX, MOVE 등의 변동성 지표 급등
이러한 신호를 감지하면 레버리지 축소, 리스크 분산, 안전 자산 전환 등의 대응이 가능합니다.
유동성 부족은 완전히 피할 수는 없지만, 사전 대비와 원칙 있는 거래로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지정가 주문 사용: 시장가 주문은 유동성이 낮을 때 손해가 큼
포지션 분산: 다양한 자산과 시장에 투자하여 집중 리스크 회피
레버리지 축소: 급변 시 손실 확산 방지
정보 모니터링: 정책 발표, 경제지표, 지정학 리스크 등은 유동성에 즉각 영향
충분한 증거금 유지: 갑작스러운 변동성에도 포지션 유지 가능
기관 투자자들도 이와 같은 원칙을 기반으로 유동성 리스크 모델링을 운영합니다.
오늘날 시장은 속도감 있고 연결돼 있으며, 알고리즘 기반으로 움직입니다.
고빈도 거래(HFT)가 평상시 유동성의 많은 부분을 제공하지만, 위기 시엔 동시에 철수하며 유동성 공백을 만듭니다.
규제 당국은 서킷 브레이커 및 중앙청산소 의무화 등을 통해 리스크를 줄이고자 하지만, 플래시 이벤트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MF 보고서(2025년)에 따르면, 선진국 주식시장의 평균 호가 스프레드는 2010년 이전 대비 35% 이상 축소되었지만, 위기 시엔 급격히 확대될 수 있음이 강조됩니다.
특히 암호화폐 및 탈중앙화 금융(DeFi)에서는 얕은 유동성 풀과 자동화된 거래 메커니즘으로 인해 매도 시 슬리피지 심화가 더욱 두드러집니다.

Q1. 주요 금융시장도 유동성 부족에 빠질 수 있나요?
네. 원유, 미 국채, 글로벌 주식시장 등도 극심한 변동성이나 불확실성이 커질 때 일시적으로 거래가 마비될 수 있습니다.
Q2. 어떤 자산이 특히 유동성 부족에 취약한가요?
소형주, 회사채, 부동산, 틈새 원자재 등이 대표적입니다. 시장 참여자가 적고 거래량이 낮기 때문입니다.
Q3. 개인 투자자는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요?
호가 스프레드와 거래량 모니터링
거래가 활발한 시간대에만 진입
보수적인 레버리지 사용 등을 통해 유동성 부족 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유동성 부족은 조용히 다가오는 시장의 적입니다. 평온해 보이는 시장 이면에서, 거래가 정지되고 전략이 무력화되며 신뢰가 붕괴됩니다. 현대 금융의 모든 위기는 예외 없이 유동성의 붕괴와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진정한 실력 있는 트레이더는 유동성이 언제든 사라질 수 있음을 이해하고, 시장의 박동이 느려질 때 이를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입니다. 시장이 살아 있다는 증거는 바로 거래의 흐름, 즉 유동성입니다.
유동성(Liquidity): 자산을 신속하게, 가격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거래할 수 있는 정도
유동성 부족(Illiquidity): 매수·매도자가 부족해 거래가 지연되거나 어렵게 되는 상황
호가 스프레드(Bid-Ask Spread): 매수 희망가와 매도 희망가 사이의 차이
시장 깊이(Market Depth): 가격별 매수·매도 주문의 누적량
슬리피지(Slippage): 기대한 가격과 실제 체결 가격의 차이
면책 조항: 본 자료는 일반적인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제공되며, 의존해야 할 금융, 투자 또는 기타 조언으로 의도된 것이 아니며, 그렇게 간주되어서도 안 됩니다. 본 자료에 제시된 어떠한 의견도 EBC 또는 저자가 특정 투자, 증권, 거래 또는 투자 전략이 특정 개인에게 적합하다고 권고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됩니다.